진작다이닝 / 뚝섬역 맛집 / 성수 맛집

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고 집 밖에서 에너지를 얻는 성향을 가졌다.

출산 전까지는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온통 약속으로 가득 찬 하루들을 보냈고, 특히 주말에는 세 탕(?)씩 뛰는 날들도 허다했다. 하지만, 인생에 정오가 찾아온 후에는 혼자만의 독립적인 삶이 아닌 정오의 일정에 종속된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해야 했다. 과거의 그런 자유로움은 이제는 꿈에 나올 법한 일이 되었달까.

 

그렇기에 외부에서의 약속 하나하나가 더욱 기대되며 소중해졌다.

약속은 나를 집 밖으로 끌어내어 주며, 나만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게 하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회사에서 매우 바쁜 시즌이 끝나고 꿈같은 휴가를 누리는 걸 기다리는 기분과 동일한 맥락이지만, 나 혼자만의 일정이 변수가 아니게 되어 버리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에 요즘은 그 설레는 강도가 훨씬 강력해졌다.

 

지난 주말에는 정말 오랜만에 미국에서 돌아온 친구를 만났다.

정오를 낮잠 재운 후 가벼운 마음으로 후다닥 성수로 달려갔고, 한참을 그곳에서 머물다 뚝섬역 근처로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했다. 오늘은 그 식사 장소를 내 블로그에 입력시키고 기억하기 위한 포스팅이다. 

진작다이닝 입구

날이 추웠던 주말이어서 그런지, 특별히 더 배가 고팠던 시간이어서 그런지, 너무나 맛있었던 저녁 식사를 했던 뚝섬역 식당, '진작다이닝'. 찬 바람이 솔솔 부는 겨울 저녁 찾아간 진작다이닝은 고즈넉한 마당과 함께한 입구부터 정말 매력적이었다.

 

호르몬동

사케동과 명란까르보나라

메뉴 주문 전 서칭 결과, 진작다이닝의 대표 메뉴로는 후토마끼와 카이센동이 등장했다.

후토마끼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비주얼적으로 김밥 5알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가성비가 없다고(15,900원) 판단되어 다른 세 가지 메뉴를 골랐다. 

사진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호르몬동(13,900원), 사케동(15,900원), 명란까르보나라(13,900원)이다.

명란까르보나라나 사케동 또한 맛있었지만, 오늘의 포스팅을 이끈 주역은 바로 '호르몬동'이었다.

 

호르몬동은 '대창 + 양파절임 + 생와사비'가 조합되어있는 '덮밥 요리'였는데, 이 중 대창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녹아버리는 솜사탕 같아서 충격적이었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생생하다. 무언가 정말 완벽한 일탈을 성공한 기분이랄까.

 

한 주 동안 짬짬이 당을 공급해준 미국에서 날라온 린츠

대창의 충격을 입에 머문채, 식사를 게눈 감추듯 종결했다.

그리고 다시 친구가 미국으로 돌아가면 언제 한국으로 올지 모른다는 큰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근처 뚝섬역에서 작별했다.

 

돌아보니 어느덧 일상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나있었다.

세상은 점점 빠른 속도로 격변하고, 내 인생 또한 매섭게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진작다이닝에 가서 호르몬동을 먹으면서 왜 나는 그렇게 수 없이 외식을 했는데도 이걸 진작 안 먹어봤지 싶었고 진작 알았더라면 주기적으로 가서 먹었을 것 같았다.

알지 못했던 기회여서, 혹은 용기가 없어서, 혹은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정말 챙길 여력이 없어서 놓치고 살고 있는 중요한 것들이 인생에는 분명 많을 것이다. 진취적으로 뜻을 갖고 기도하며 올 한 해는 '진작' 그럴 것이라는 후회를 하나라도 줄이는 선택과 행동을 하고 싶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새순을 통해 봄이 태동하는 것을 느끼듯이 그에 따른 작은 결과 일지라도 돋아났고 자라가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면 좋겠다. 물론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잘못된 선택들로 인한 후회가 남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언가를 지속하거나 고군분투하는 것을 통해 더 성장한 인격과 마음의 힘이 길러졌다면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가치 있었고 성공한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만나는 소중한 모임들에서 그런 각자의 액션을 격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우리 친구들이 되면 좋겠다. 

아무쪼록 진작다이닝의 호르몬동은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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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다이닝